현실과 부루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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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Pedagogy)적으로 볼 때 부루마블이나 모나폴리는 좋은 게임이 아니다.

재미는 있다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게임을 시킨다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 논리는 이러하다. 부루마불에서는 어떻게든 좋은 땅을 먼저 얻고, 많은 땅을 사게 되면 게임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주도권을 쥔 그 플레이어는 그곳을 들르는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점점 더 부자가 된다. 초반에 주사위 운이 없어 땅을 사지 못하는 유저는 점점 더 설 곳을 잃고, 남의 땅을 방문하며 돈을 탕진하고 결국 게임에서 파산하게 된다. 그나마 출발지를 돌게 되면 받는 20만원으로 버텨보지만 홍콩의 호텔값도 지불하기 힘든 금액이다.

이것은 마치 현실 세계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금수저 혹은 흙수저가 주사위에 의해서 정해지고, 금수저로 태어난 이들은 땅을 차지하게 된다. 흙수저들은 땅을 가진자들로부터 땅을 빌려서 죽기 살기로 생존해 보려 하지만 손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들이 열심히 생활하며 번돈은 마치 게임에서 출발을 지날 때 20만원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 열심히 돌면 더 여러번 받는다. 부루마불과 마찬가지로 이 현실 세계에도 역전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녹녹하지 않다. 결국 부는 땅을 가진 자들에게 돌아간다.

땅과 돈을 차지한 사람이 아니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게임, 부루마불 그 이상의 무엇을 가르쳐 주는 것, 그래서 부르조아들이 좋아할 만한 부에 대한 부심과, 프롤레타리아들이 열광할만한 역전의 매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보드 게임을 플레이 해보고 싶다. 황금 열쇠의 반액 대매출이나 반값 정리, “가장 비싼 것을 파시오”로는 부족하다. 부루마불에서 딱히 대단한 복잡도를 더하지 않고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게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