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의 심장 (The heart of a gamer)
포켓몬 GO의 인기가 미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이다. 리얼 월드에서 포켓몬들을 사냥하는 AR게임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오픈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미국 유저 기준 DAU 2100만으로 미국 모바일 게임 역사상 가장 높은 DAU를 기록하며 종전 1등이었던 Candy Crush Saga를 넘어섰다. (Link)
포켓몬 GO의 성공이 IP 혹은 Franchise의 힘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좀 허전함이 남는다.
닌텐도는 원래 마리오, 젤다, 포켓몬 IP를 가지고 게임을 만들어 왔었다. 워낙 고정 팬들이 많아 성공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4년에 스플레툰이라는 게임으로 작년 말기준 240만장을 판매하며 대성공을 거둔다. 신규 Franchise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덩달아 Wii U의 판매도 올라갔다. 자주 닌텐도가 적자이고 언제 문을 닫을 지 모른다고 수군수군 했지만, 닌텐도 안에는 잠재적으로 Creativity의 저력이 존재한다.
2005년 GDC에서 닌텐도 사장이었던 고 사토루 이와타(Satoru Iwata)가 키노트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이 발표가 많은 개발자와 게이머들에게 많은 영감과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발표에서 인상 깊었던 말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Link)
“On my business card, I am a corporate president. In my mind, I am a game developer. But in my heart, I am a gamer.”
“제 명함에는 저는 한 회사의 사장이다. 제 마음에서 저는 게임 개발자이다. 그러나, 제 심장은 한명의 게이머이다.”
“One thing that has not changed – and will not change – is our nature as a form of entertainment. Like any other entertainment medium, we must create an emotional response in order to succeed. Laughter, fear, joy, affection, surprise, and – most of all – accomplishment. In the end, triggering these feelings from our players is the true judgment of our work. This is the bottom line measurement of success.”
변하지 않는 한가지 중에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엔터테인먼트의 형태라는 우리의 본성이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의 매개체와 같이,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반응들을 이끌어 내야 한다. 웃음, 두려움, 기쁨, 매력, 놀람, 그리고 무엇보다 성취. 결국 플레이어로부터 이러한 감정들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우리의 진정한 판단력이다. 이것이 우리의 성공의 척도이다.
“Secondly, we must always weigh challenge and reward.”
우리는 항상 도전과 보상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At Nintendo, we believe it is our responsibility to make games for all skill levels. “
두번째 변하지 않은 것은, 닌텐도에서는 우리는 모든 스킬 레벨들의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것을 우리의 할일이라고 믿는다. (Core and Casual gamer)
“The third thing that has not changes is the importance of the idea.”
세번째 변하지 않은 것은 아이디어의 중요성이다.
“Fourth – and this never changes – software sells hardware. Software is the driving technology not just of computers, but of all consumer electronics.”
넷째로, 이것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인데,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판매하게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단지 컴퓨터에서만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 모든 전자기기들에서 구동되는 기술이다.
“Finally, what has not changes it the value of intellectual property. If it is true that software sells hardware, it is truer than ever that franchises sell software.”
마지막으로 변하지 않은 것은 지적 자산의 가치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은 맞지만, 프렌차이즈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These days, I spend so much of my time on meetings and interviews and traveling that I sometimes forget how much fun I have playing games — I liked that! Well, the demonstration of wireless Mario Kart brings us to the present moment. “
요즘 나는 많은 시간을 미팅과 인터뷰와 여행하는데 쓰고 있는데, 때때로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얼마나 재미있었나 하는 것들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난 게임 플레이를 좋아한다. 마리오카트를 멀티 무선 플레이으로 시연한 것은 현실감을 살려준다.
“The reason, I believe, is that it meets the standards we set for all software we develop. We call these standards the Four Is. First, is it truly innovative – something different from what has come before? Second, is it intuitive? Do the control of the game and the direction of gameplay seem natural? Third, is it inviting? Do you want to spend time in this world? And finally, how does it measure up in terms of interface? Can the player connect in new ways?”
닌텐도가 개발하는 모든 소프트웨어에게 요구되는 표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Four I’s 라고 부른다.
“Is it truly innovative?”
정말 혁신적인가, 전에 나온 것과는 무언가가 다른가?
“Is it intuitive?”
직관적인가? 게임 컨트롤과 플레이의 방식이 자연스러운가?
“Is it inviting?”
끌리는가? 그 세계에서 시간을 쓰기를 원할만큼.
“How does it measure up in terms of interface”
인터페티스의 측면에서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새로운 방식으로 유저들을 연결할 수 있는가?
“This idea creates the dual passions of Nintendo. On one hand, we work every day to make what we describe as videogames better. We want to give players what they want. But at the same time, we are intent on finding out what else we can use to entertain. Our second goal is to show players something new, something they may not even know they want. You already are familiar with a good example of this philosophy. It’s called Pokemon. At its core, Pokemon is a wonderful role-playing game. But it’s also much more. Players will collect and trade Pokemon, maybe the same way you once collected and traded bottle caps or baseball cards. Pokemon expanded RPGs to places they hadn’t gone before.”
아이디어는 닌텐도에게 두가지 열정을 만들어준다. 한손에는 우리는 매일 우리가 비디오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플레이어들에게 주기를 원한다. 반면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애쓴다. 우리의 두번째 목표는 플레이어들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도 잘 몰랐던 새로운 것.. 우리는 이미 이런 철학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포켓몬이 그러하다. 그것의 핵심에는 포켓몬의 경우 아주 좋은 RPG이다. 그러나 그 이상이다. 플레이어들은 포켓몬을 모으고 거래할 수 있다. 비슷하게 여러분들도 병뚜껑이나 야구 카드를 거래하거나 모으거나 거래하는 것이랑 비슷하다. 포켓몬은 그들이 RPG에서 전에 하지 못했던 것을 확장했다.
“I also remember the first version of Smash Bros. developed for Nintendo 64. The concept for this game, as you know, was to take the classic, friendly Nintendo franchise characters and have them – as you say in America – beat the heck out of each other. The ideas not brand new – there certainly have been a lot of fighting games. And the characters looked pretty much the same way they always had. So when we brought the idea to Nintendo, the concept did not sound hip or cool or revolutionary. And because of all this, there were people both inside and outside Nintendo who did not strongly favor the idea. And this was the environment that we worked under.
That attitude remained until the moment of truth — the moment when testers began picking up the controllers and actually playing the game. This is what happened. People smiled. They laughed. Then began shouting at each other. That was the moment when everything for Smash Bros. changed. And I must tell you, this was also one of the proudest moments in my development career. Yes, the Smash Bros. series has become a great worldwide success because it’s sold more than 10 million copies. But the memory of that first moment when the testers began to play stays with me always. That is the moment I call success.”
나는 닌텐도 64에 들어갈 Smash Bros를 최초 버젼을 기억한다. 이게임의 컨셉은 아시다시피 고전스러운, 닌텐도 프랜차이즈와 친숙한 캐릭터들을 가지고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게임이다. 아이디어는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Fighting 게임들이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별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아이디어를 닌텐도에게 가져갔을 때, 그 컨셉은 뛰어나다거나, 신선하거나, 혁신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 때문에 닌텐도의 외부와 내부에서는 그 아이디어에 대해서 강하게 흥미를 끌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가 그 당시 일했던 상황이었다.
그 상황은 특정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그 순간이라 함은, 테스터들이 컨트롤러를 들고 우리 게임을 플레이 해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 사람들이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그들은 웃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전히 Smash Bros를 위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개발자로써의 내 경력에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때였다. 그렇다. Smash Bros는 전세계적으로 1천만 카피가 팔려나가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뤄냈다. 테스터들이 그 게임을 처음 플레이한 순간은 내 기억에 항상 남아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순간이다.
Even if we come from different sides of the world, speak different languages, even if we eat too many chips or rice balls, even if we have different tastes in games, every one of us here today is identical in the most important way: each one of us has the heart of a gamer.
우리는 세계의 다른 곳에서부터 왔다할 지라도, 다른 언어를 말한다고 해도, 비록 칩과 주먹밥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해서, 게임의 취향마저 다르다고 할지라도, 여기에 있는 우리 모두는 가장 중요한 것에서는 동일하다. 우리 각자에게는 게이머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비록 2015년도에 타계하긴 했지만, 닌텐도의 사토루 이와타 사장은 게이머가 누구인지, 그리고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게임이 어떠해야하는 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다른 어떤 수식을 떠나 게이머이다. 게이머이기 때문에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고,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다른 일반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회사와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하다. 이미 이 2005년의 발표에서 그는 닌텐도가 최고의 Interactive Entertainment를 위한 다른 매개체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AR 게임인 포켓몬 GO의 성공은 Franchise이기 때문의 성공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끊임없이 혁신하고, 창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닌텐도 철학의 산물이 아닐까 한다.
이는 국내 게임 업계의 상황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최근 오픈한 서든어택 2는 수많은 개발자와 게이머들 사이에 돌팔매질을 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넥슨이라는 한국 게임의 대표 업체가 만든 FPS라서 유저들도 잔뜩 기대했는데 나온 결과는 많이 실망스러운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오프닝 트레일부터도 아이돌 여케 총질 게임이라는 욕을 얻어 먹었고, 2007년에 제작된 서든어택 1보다 못한 트레일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아래는 2009년 서든어택 1 트레일이다.
싱글 캠패인 모드는 콜오브듀티를 어설프게 배끼다시피 했다는 점도 콜옵의 추억을 가슴 속에 간직한 유저들로부터 욕을 얻어 먹었다. 여캐에 크리티컬한 능력치를 붙여서 여캐로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것도 그렇고, 총기류의 부족한 고증 등 전체적인 게임의 기능, 연출과 완성도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16.9.29 서비스 종료)
이는 약 한달 전에 오픈해서 잘 나가고 있는 오버워치와 극명하게 비교되었기 때문에 더욱 쎈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았나 싶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 한국은 온라인 게임이 선풍적으로 인기 몰이를 한 후로 F2P 게임의 왕국이 되었다. PC 게임도 부분유료만 거의 만들어졌고, 모바일은 메이저 업체라면 무조건 F2P 게임으로 만들어져왔다. 이제 국내에서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같은 패키지 게임 제작 업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기획자들은 발란스를 붕괴시키면서까지 매출을 극대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내야 했고, 재미 보다는 부분유료화를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발굴하는 것이 더 큰 기획 성과가 되었다. 자연히 플레이어들의 재미, 이 재미라는 부분은 게임 기획자들의 마음 속 어느 한 구석방에 쳐박혀 숨만 쉬고 있는 존재가 되었다.
생각해보자.
돈을 지불한다고 가정하고, 마음껏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쉬울까? (유료 게임)
아니면, 유저들은 무료로 들어오고, 그 유저들로 하여금 매출을 극대화 시키면서 동시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쉬울까? (부분유료 게임)
정답은 너무 뻔하다.
그러므로 아무나 함부러 어슬프게 F2P 게임을 만들다가는 모두 박살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비단 수년간 밤을 지새워 고생하면서 게임을 만든 서든 팀 제작자들만의 문제랴. 한국에서 F2P 게임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는 거의 모든 개발팀들이 당면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유저들로부터 어마어마한 돈을 긁어 내야 하는 것이 의무가 되었다. 한국의 유저들에게 게임이란 어느새 돈을 많이 써야하는 것, 질러야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업계에선 매출을 극도로 끌어 올린 게임이 결국 재미있는 게임이고 잘 만든 게임이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생겼다. 경력직들을 채용할 때도 재미있거나 잘만든 게임을 개발했는가 보다는 매출 랭킹에 든 게임, 잘 나갔던 게임 개발에 참여했는가가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Heavy한 부분 유료화, 즉 매출 및 매출의 거대화 및 장기화라는 주제 아래, 게이머의 재미, 창조와 잉여의 깃발은 밟아 낡아 헤어진 지 오래이다.
생각해보면 이게 비단 게임 업계만의 문제라기보다, 넓게 보면 한국 기업들의 문제이기도 하고, 더 편다면 한국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최고의 자동차 기업, 국내 자동차 매출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에서 고급 럭셔리 브랜드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몇년 전 런칭했었다. 그 로고는 아래와 같다.
근데, 아래는 1919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온 세계 3대 명차 업체인 밴틀리 로고이다.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지 짐작할 것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삼성이며 LG 등이 항상 애플이나 구글의 뒤를 따라가는 모습은 거론할 것도 없다. 하물며 국내 최고의 업체들에서도 창의적인 무언가를 내고 스스로의 컨텐츠들을 만들어 My Way를 가는 것을 그렇게 어려워 한다. Risk Taking를 버리고 기본 이상만 하려는 안전을 택한다. 왜냐하면 창조는 그만큼 고통스럽고 어려우며, 많은 위험을 감수해 내야 한다. 그리고 창조의 결과물을 뽑아 내기 위해 정말 실제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퍼셀의 클래시 로얄은 보상을 시간으로 판매하면서 그동안 가차 박스 위주의 F2P 방식에 머무르던 국내 게임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유저들은 파밍을 하지 않고도 재미있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지르지 않는 유저들도 얼마든지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다.
오버워치는 “FPS는 총질을 잘해야 되”라는 한계를 넘었다. 총만 잘 쏘는 것이 아니라, 협업과 역할에 있어서 같이 팀으로 움직이며 승리하는 재미를 TF2를 이어 높은 완성도로 이뤄냈다. 거기다가 한번 지불하면 영구 이용이 가능한 패키지 게임이라는 점은 뽀나스.
이들이 이런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본인들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을 그것을 이뤄나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의 문화 속에서 이런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라면 이들은 너무 쉽게 정답을 향해 달려 갈 수 있었지 않나 싶다.
포켓몬에는 섹시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수퍼마리오 프랜차이즈에서 역시 여캐란 피치 공주(Prince Peach) 정도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어지간한 게임을 만들려면 어김없이 섹시 여캐가 들어가서 아재 감성을 가진 결재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게 해야한다. 섹시 여캐가 게임의 방향과 재미, 캐릭터 간의 균형에 적절한 지는 그 후에 논할 문제로 여긴다. 반면 오버워치의 메이나, 디바, 트레이서 등의 여캐들은 게임의 감성에 맞게 적절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섹시미가 너무 넘쳐서 패티시로 넘어 갈듯 말듯하는 한국형 RPG의 섹시 여캐와는 너무도 비교된다.
유저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유저를 어떤 시각에서 볼것인가? 유저를 해석하는 관점이 곧 게임을 만드는 관점과 일치하는데, 그런 점에서 국내 게임들의 유저를 보는 관점이 해외 유명 게임에 비해서 많이 낮지 않나 싶다. 정상적인 생각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고, 본인의 삶과 생활을 즐기며, 철학과 문학과 예술을 즐길 줄 알며, 진지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간간히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그들은 그런 유저들을 위한 게임을 만든다. 물론 이것이 Hardcore냐 Casual이냐, 혹은 유저 타겟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토(Auto) 플레이가 기본 기능이고 Farming을 대놓고 요구하는 요즘 대부분의 국내 게임들이 생각하는 충성 유저, 타겟 유저는 어떤 사람인지 대략 짐작이 가지 않는가?
한국에서 스팀(Steam) 사용자 수는 200만이 넘었다. PC 게임은 이제 점점 어설픈 F2P 게임으로는 승부를 걸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국내 유저들도 블리자드나 스팀 등으로부터 고퀄러티 외산 패키지 게임들의 맛을 점점 더 보기 시작했다. 시야도 넓어지고 눈도 높아졌다. PC 게임 시장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나마 모바일 게임은 아직도 헤게모니를 장악한 업체들이 F2P로 성공한 업체들 위주라 F2P 게임이 통하는 시장이다.
그렇다면 그 F2P 게임을 잘 만든다는 것, F2P 게임의 기획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업계에 있어보면 게임을 만들 때, 어떤 게임은 이렇고 이러니 우리도 이렇게 하자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면 좋은 게임들의 좋은 점만 배낀 게임이 가장 좋은 게임이 되는가? 당연히 현실에선 그럴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업계의 트랜드라는 것이 존재해서 요즘은 이런 트랜드야, 요즘은 이런 건 기본이야 라고 이야기 하며 게임을 사업적인 마인드로 만들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사토루 이와타는 말했다. “나는 게이머의 심장을 가졌다” 라고. 게이머의 심장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린 시절 머리가 쭈삣쭈삣하며 플레이하던 추억들, 엔딩을 보며 혹은 슬픈 스토리를 보며 게임 앞에서 눈물 흘려본 기억들, 자율학습을 띵구며 손톱이 아프게 갈기고 소리질렀던 기억들, 그 어린 인생에 전부였던 게임들, 그런 나와 함께한 소중한 게임들, 기쁨, 슬픔, 절망, 도전, 성취, 호기심…. 게이머의 심장에는 바로 이런 수많은 감정과 추억들 그리고 인간이 가지는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마음이 존재할 것이다.
무엇이 재미있는가 라는 질문은 어떤 게임이 성공하는가 라는 질문과 구별된다. 어떤 게임이 돈이 되는가? 어떤 게임이 잘 팔리는가? 이런 질문과 구별된다는 말이다. 게임을 만드는 제작자로써 결국 우리는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 게이머의 심장을 울리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외부에서 어떤 게임이 재밌냐느니 어떤 게임이 잘된다 등등의 수많은 소문과 현상을 뒤로한 채 조용히 자기가 만들고 있는 게임을 집어 들고 플레이를 해보면 알 것 같다.
“정말 재미있는가?”
내가 만들고 있는 게임이 정말 재미있는가? 그러므로, 이 재미를 밖에서 찾는다면 대부분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왜냐하면 게이머의 심장을 울린 게임은 마치 건축과도 같아서 멋진 집의 기둥을 뽑아오고, 다른 멋진 집의 지붕을 따라하고, 다른 멋진 집의 창문을 가져오고, 다른 멋진 집의 마당을 가져온다 할지라도 전체 건축물의 모습은 괴상망칙한 집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이는 그래픽을 떠나서 기획적인 면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 있고 이건 잡아 내기도 어렵다. 겉을 배끼는 것은 덜 심각할 지 모르나, 뼈대를 엉성하게 모방한 것은 망한다. 차라리 핵심을 파악하고 재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오히려 자기 안에서, 팀 안에서 그 게이머의 심장을 울리는 재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이머의 심장을 울리는 재미, 그리고 완벽하게 조화로운 기획적인 짜임. 그리하여 시대를 따라가기 보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작품. 마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 흐름을 거부한 채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도(way)나 철학을 찾는 조금은 어리석어 보이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그런 수고를 해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많은 질문들, 궁극적인 물음들, 철학적인 논쟁들, 엉뚱한 발상들, 제작자들은 답을 모르기 때문에 기획의 안정과 기획의 평이함을 깨는 수많은 행동들로부터 그 답을 찾아서 부단히 달려가야 한다.
이와타 사장의 메세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게임을 만드는 우리에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던진다.
“그 상황은 특정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그 순간이라 함은, 테스터들이 컨트롤러를 들고 우리 게임을 플레이 해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 때 상황은 이랬다. 사람들이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웃었다. 그후에는 그들은 서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전히 Smash Bros를 위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개발자로써의 내 경력에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때였다. 그렇다. Smash Bros는 전세계적으로 1천만 카피가 팔려나가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뤄냈다. 테스터들이 그 게임을 처음 플레이한 순간은 내 기억에 항상 남아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순간이다. “
제작자들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길이 바로 이와타의 이 Success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이 성공을 이뤄낸 게임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P.S. 항상 실천하는 것보다 말이 쉽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