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쥬시(Juicy)하게 만드는 것

최근 게임을 쥬시(Juicy)하게, 슬릭(Slick)하게, Oily(오일리)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나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영역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지만 이것을 단어로 “쥬시하다”라고 정의하고 그 영역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세션들은 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의 제작 과정에서 그 재미를 향한 여러 요소들이 존재하게 되는데, 쥬시라는 주제는 그 중에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Ridiculous fishing으로 유명한 Valmbeer의 Jan Willem Nijman이 Control conference에서 The art of screenshake 라는 발표를 했다. 이 발표에서 그는 단순 2D 플랫포머 슈팅 게임을 놀랍게 쥬시하게 만드는 테크닉을 보여준다.

ridiculous-fishing

 

Martin Jonasson과 Petri Purho는 단순 벽돌 깨기 게임을 얼마나 쥬시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게임이 쥬시하다는 것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From How to Prototype a Game in Under 7 Days (link)

“Juice” was our wet little term for constant and bountiful user feedback. A juicy game element will bounce and wiggle and squirt and make a little noise when you touch it. A juicy game feels alive and responds to everything you do – tons of cascading action and response for minimal user input. It makes the player feel powerful and in control of the world, and it coaches them through the rules of the game by constantly letting them know on a per-interaction basis how they are doing.
쥬시하다는 꾸준하고 풍성한 유저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쥬시한 게임 요소는 톡톡 튀거나, 살랑살랑 흔들리거나, 뭔가 뿜어져 나오는 요소이다. 그래서 그것을 건드렸을 때 소리를 내는 요소이다. 쥬시한 게임들은 살아있는 것 처럼 느껴지고 내가 가한 모든 동작에 반응한다. 작은 유저의 입력에도 아주 많은 단계의 반응들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저들로 하여금 세계를 조종하고 있다는 강력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을 통해서 게임 안의 세계를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학습하게 한다.

쥬시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이것은 인게임 플레이의 재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인게임을 잘 만드는 것 안에는 쥬시하게 만드는 것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한 길건너 친구들(Crossy Road)은 고전 게임 프로거(Frogger)를 재해석한 게임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게임은 프로거를 쥬시하게 잘 만들어내어 성공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캔디 크러시 사가(Candy Crush Saga, 2012년 11월 출시)도 닌텐도 게임인 쥬얼 퀘스트(Jewel Quest, 2007년 출시) 류를 Juicy하게 만든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게임을 쥬시하게 만드는 것은 게임의 수명을 롱런하게 만드는 것과 직결되지 않을 수는 있다. 오히려 메타 게임들, 게임의 시스템들을 어떻게 만드는가가 게임의 수명과 더 치명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다만 인게임 플레이가 재미없다면 많은 유저들이 저멀리 보이는 마법의 성에 닿기 전에 지치고 쓰려져서 게임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 게임을 쥬시하게 만드는 영역이 잘 개발되지 않는 이유는 여럿이 있다.

첫째는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이 쥬시하지 않으면 누구의 책임인가? 물론 최종 Project Director의 책임이겠지만 이 책임이란게 결과론적으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의 제작 과정에서 자주 기능의 완결이 곧 작업의 완결이라는 여기며 작업한다. 개발자는 기능의 완결을 매우 중요시하고, 아티스트는 심미적인 부분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짧은 경력의 기획자들도 본인이 기획한 부분이 구현이 되면 그 수준으로 Ok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게임은 그저 그런 기능이 완료된 조금 더 알록달록하고 움직이는 어플리케이션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기획자가 이런 부분을 잘 알거나, Art Director가 잘챙겨 주거나, 혹은 Project Director가 챙긴다면 그나마 어느정도는 커버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두번째는 달려갈 스케쥴이 바쁘다. 이런 부분은 대게 Polishing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바쁜 스케쥴에서 대부분 스킵 되는 경우가 많다.

세번째는 난이도가 높다. 이 쥬시하다는 것은 경험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영역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카메라를 뒤흔든다고 게임 자체가 살아있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난이도가 높다. 게임을 잘 이해하고 특성에 맞는 요소들이 전체를 고려해서 추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만들면서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여기가 끝인가? 더 쥬시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왜냐하면 게임 개발자란 밋밋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인게임 플레이를 쫀득쫀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물론 타고난 센스도 있겠지만 그 영역이 존재하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완성도를 높이는 Polishing 기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눈은 굉장이 높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