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잘 버는 게임에서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그것이 좋은 시스템일까?
이미 유저한테 검증된 시스템이라고 그것을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안전할까? 게임을 만들 때 기획을 적용하다보면 이러한 고민을 접할 때가 있다.
강화 시스템이 있는 게임에 “강화 실패”를 넣는 것이 좋을까?
회사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강화 실패를 넣는 것이 좋다… 라는 말을 한다.
과연 그럴까?
이 질문에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게임인 리니지에는 강화 실패가 있다.
심지어 실패 시에 재료는 물론 강화 하려고 시도했던 무기들 마져 사라진다.
집행검 같은 것을 강화하려다 날라간 경우 수천만원을 앉은 자리에서 잃어버리고 만다.
이 경우 유저는 그야말로 현타를 맞게 되고, 괴로움으로 방바닥을 뒹굴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사들이 왜 게임에 강화 실패를 넣는가?
컨텐트 소모를 걱정해서이다. 쉽게 full 강화에 도달하면 금방 컨텐트 소모가 완료된다.
모든 유저가 만랩까지 금방 도달하여서,
모든 플레이어가 만랩이라면 얼마나 재미가 없는 게임이 되겠는가?
따라서 만랩의 경우에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도록 기획하는 것보다는
그냥 만랩 도달을 극강으로 어렵게 하는 것이 훨씬 쉬운 기획이다.
던파모바일 같이 고랩에서만 강화 실패를 넣는 경우도 다 이런 경우일 것이다.
또한 강화 실패를 통해서 유저가 지불해야될 돈이 많아진다.
즉, 컨텐츠 소모 조절, 밸런스, 매출 등의 삼박자가 강화 실패라는 기획을 낳았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과연 강화 실패를 넣는 것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게임에 강화 실패를 넣는 것이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저가 강화를 하려는 이유는 그 카드 혹은 그 장비, 그 캐릭터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더 강해지고 싶은 애착이고 더 좋아 보이고 싶은 애착 때문이다.
또한, 그것을 강화함으로 얻어지는 게임 내외부적인 이익 때문이다.
따라서 강화 실패를 넣기 전에, 과연 이 게임이 강화 실패를 넣을 만큼 강력한 애착과 이익을 유저에게 가져다 주는가? 라는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 라고 생각할 경우에만 조심스레 강화 실패 적용을 고려해 볼 수는 있으나,
과연 그렇게 자신만만한 게임이 몇이나 될까?
강화 실패를 지양해야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일단 강화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서 재료 카드나 관련 재화를 엄청나게 뿌려대야 된다.
수많은 실패 후에 성공하기 때문에 재료 카드가 덱이 넘처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유저가 재료를 관리하는 이슈가 매우 늘어나게 된다.
슬롯을 넓히든지, 정리를 하든지 여튼 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필수 핵심인 카드들인 같이 섞여 있어서 구분도 어렵게 된다.
강화 재료 뿐 아니라, 강화 확률을 높이기 위한 아이템, 강화 실패를 복구하는 아이템, 유료 강화 복구 아이템, 유료 강화 확률 강화 아이템… 등등
복잡도가 점점 늘어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일반 뉴비들이나 라이트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2) 불필요한 유저의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 먹는다.
강화를 시도하고 결과를 보는 것은 유저의 소중한 시간이다.
가장 소중한 유저의 수많은 시간을 반복되는 “실패”라는 강화 시간으로 소모하게 만든다.
다른 재미있는 것들도 많은데 왜 굳이 이 게임에서 몇 %의 기대감을 가지고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하면서 시간을 많이 들여야 될까?
유저는 어느 순간 내가 들이는 시간과 내가 느끼는 재미를 계산하여 이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3)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게임을 하는 것은 좋은 감정,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강화를 실패하게 됨으로 유저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귀한 10만원을 지르고 난 다음,
각을 잡고 강화를 시도했는데, 5강에서 시작해서 구입한 재로를 다 소모하고 나니 3강으로 내려가 있거나, 아이템이 깨져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
그 때 허무한 유저의 마음을 게임이 어떻게 보듬어 줄 수 있는가?
재미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게임에서 많은 노력과 시간과 돈을 들여서 자신의 에너지를 들여서 유저에게 왜 큰 부정적인 감정을 주는가?
이는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강화 실패는 유저 이탈의 좋은 트리거이다.
한국에 많은 게임들이 강화라는 시스템으로 유저들의 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
강화에 조합, 한계 돌파에 수많은 보조 시스템들을 붙인다.
그러나, 게임 제작자이기 이전에 게이머의 한사람으로써 그런 시스템을 넣기 전에 정말 그것이 유저의 재미를 자극하는가? 라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들어서면서 했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자.
돈을 잘 버는 게임에서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그것이 좋은 시스템일까?
아니다. 돈을 잘 버는 시스템은 그것이 통하는 요소요소들의 특징들과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는시스템 간의 유기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내놓은 결과이다.
따라서 한 시스템만을 똑 떼어서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미 유저한테 검증된 시스템이라고 그것을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안전할까?
이것 또한 틀린 말일 것이다. 검증된 시스템은 식상함이라는 말에 또다르지 않다.
강화 실패 말고,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없을까?

나는 클래시로얄을 즐겨하는데,
이 핀란드 회사 기획자들의 기획에 감탄하곤 한다.
일단 강화 실패가 없다.
플레이 하면 할 수록 유저는 얻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필요한 카드 재료는 높은 강화를 하기 위해서 갯수가 점점 올라간다.
그러나 언젠가는 강화할 만큼 모이니까,
잃는 것은 없고 언제나 재밌게 게임하면 어느새 재료카드가 모여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강화를 하면 된다.
단단한 인게임의 게임성,
그리고 항상 게임을 하면 얻는다는 느낌…
PvP 게임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유저간 싸움에서 오는 피로감을 제외하고는
게임 내 시스템을 통해 강화 실패 등 유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한 느낌이다. 자연히 이탈률도 적고,
복귀 유저도 타 게임 대비 높을 수 밖에 없다.
회사가 돈을 못버는가? 그것도 아니다.
강화 시 드는 카드 수를 높은 레벨에서는 많은 수를 요구하고,
또한 강화 시에 드는 코인 수를 높은 레벨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요구를 해서
충분한 수익이 나도록 ARPU를 조절한다.
게임 본연의 목표이 재미를 놓치지 않고,
수익을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그 재미를 중심으로 모든 기획들이 정렬된 느낌이다.
어디 강화 실패의 기획적 대안이 이것 뿐이랴…
기획을 할 때 원리를 잊어 버릴 때가 많다.
그저 다른 게임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하자… 라고 적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 게임은 하나의 세계관이고,
그 세계관은 거기 들어오고, 거기서 살아갈 유저들에게
충분히 공평하고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강화 실패라는 요소만 예를 들었지만,
기획자가 그 세계를 만들어 갈 때
이러한 점들을 염두해 두지 않으면 유저들이 그 세계를 싫어하여 떠나갈 수 밖에 없다.
게임을 제작하는 우리는 유저의 귀한 시간을 얻는 것이다.
그러한 유저에게 좋은 감정, 좋은 느낌, 좋은 재미들을 선사해야 하지 않을가?
결론적으로,
나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게임에 강화 실패를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덕후들에게만 비상식적인 돈을 받아 먹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 아니라,
상식적인 많은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돈을 받아 먹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s. 많은 시간이 지난 시점에 다시 글을 읽어 보니,
강화 실패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높은 강화 단계에서는 선택적으로 넣는 것이 여러 점에서 더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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