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과 모바일 게임 업계에 대한 단상

사회의 첫발을 병역특례로 SI 업계로 1~2년 디뎠던 개발자로써,
한동안 SI  업계의 병폐를 어마어마하게 욕을 했었다.
그리고 게임업계로 어릴 때 일찌감치 옮기길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도 만족해하고 있는 나날들을 보냈으니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SI 업계의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 정도인데,

첫째는, 관급 공사의 과도한 하도급 관행이다.
이것 비단 건설업계나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일 진데, 거대 SI업체에서 프로젝트를 따낸 후에
정작 프로젝트의 실제적인 개발과 진행은 모두 하도급 업체들이 맡아서 하는 것이다. 1~2단계 하도급이야
없을 수는 없으나,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체크하기도 어렵다. 프로젝트 금액은
정해져 있고, 수익은 최대한으로 내야하니, 위쪽에서 먹을거 다먹고 밑으로 내려올 수록 그야말로 인건비 정도
버는 것이 전부다. 정작 개발을 하는 테크닉을 기르고, 기술을 연구하고 실제적인 일들을 쳐내는 작은 업체들이
계속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연구하고 발전해야 하나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그러한 일을 해낼 수 없다.
직원들에게 주는 임금은 짤 수 밖에 없고 그 옛날의 나처럼 병역 특례 업체로 지정되어 저임금-고효율의 인력을
쓰고 버리는 카드로 활용한다. 자연히 이직률도 높고 기술축적은 이뤄지지 못하며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의 퀄러티 또한 보장하지 못한다. 이건 이들만을 욕할 문제는 아닌 구조적 적폐다.

둘째는, 과도한 업무량이다.
이건 뭐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고 한국 전체적인 문화(?)이기도 하나, SI가 특별히 더 쎈건 사실이다.
폐를 잘라낸 SI 개발자분의 이야기는 이미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시리라.
갑을병정 단계로 ‘을’ 정도 입장으로 일도해봤고, ‘정’ 정도 입장에서도 일을 해봤다. 이건 뭐 요구하는 업무량이
장난이 아니다. 거의 매일 야근에, 새벽에 갑자기 전화를 해서 작동이 안되니 고쳐달라고 하지 않나, 특정 모듈이
기한 내에 완료가 안되는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계약과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 오죽하면
프로젝트 매니저와 면담하다가 쪼는 스트레스를 못이겨 그에게 날라차기를 하는 개발자를 목격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SI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지만, 한국 게임의 업계를 한번 보자.

요즘 한국의 게임업계를 생각하면 형태는 비록 다르지만 그러한 SI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iOS는 모수가 적어 제껴 두고서라도, 아래는 2014년 어느 7월의 Google Play 의 Top Grossing 차트다.

스크린샷 2014-07-03 오전 1.47.58

1등부터 24등까지 총 24개 중에 6개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카카오톡 플랫폼을 얹었다.
마켓팅 엣지가 충분히 있거나, 마켓팅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책정되어 있거나, 확보된 유저가 이미 많이 있지 않은 이상
User Acquisition을 그나마 손쉽게 하려면 국내에서 카카오 플랫폼을 얹는 것은 계륵같은 관례다. 추가로 카카오만
얹어서는 대박을 기대하기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발사는 마켓팅을 잘 해줄 수 있는 퍼블리싱 사를 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구조가 어떻게 되냐하면,

개발사 << 퍼블리싱사 << 카카오톡 << 구글플레이

이런 구조가 된다. 이들 사이의 수익 쉐어는 대략 이러하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판을 깔아준 구글플레이에서 매출의 30%를 떼간다. 그 다음, 카카오플랫폼에서 21%를 떼간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퍼블리싱사와 개발사가 대게 6:4로 나눈다. 이걸로 끝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개발 혹은 퍼블사는
나라에 부가세 명목으로 나중에 세금도 10% 내야 한다.

한국 구글 플레이, 5위권 안에 드는 앱이 있다고 하자. 블레이드처럼 일 10억은 못찍더라도
대략 일매출 3.3억 정도는 낸다고 보면, 한달 매출이 100억쯤 된다. 이걸 쉐어 Ratio로 배분하면

구글 플레이 >> 30억
카카오톡 >> 21억
퍼블사 >> 29.4억
개발사 >> 19.6억

부가세 10억을 제외하고서라도, 일매출 3억을 찍어도 한달에 개발사가 버는 수익은 20억이 채 안된다.
5위 안에 드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정말 잘 만들어진 미드코어 이상이 RPG나 썬데이토즈 같은 골수 유저를
대량 확보한 캐쥬얼 게임 개발사가 아니라면 더더욱 어렵다. 대략 초기 진입하는 완전 새로운 IP가 20위권 내외를
기대해 볼 수 있는데, 이 때 일매출 금액은  3~4천 내외다. 4천으로 잡아도, 한달 열심히 매출 유지시키려고
마켓팅하고 이벤트 때려도 12억 정도 번다. 개발사에게 돌아오금 금액은 대략 2억 3천 정도 금액이다.
2.3억이면 적은 돈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으나, 개발사 입장에서 20위권 정도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계산기
두드려 보면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부대비용 제하면 1억도 안되는 푼돈(?)일 수 있다. Google Play 20위권에서도
이정도의 놀랍고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퍼블사 입장에선 더 속이 타는 금액이다. 퍼블사는 이 비율이라면 기껏해야 3.5억 정도 가져가는데 이게 마켓팅
비용을 빼면 거의 남는 것이 없는 금액이다. 따라서 퍼블사 입장에선 ARPU가 높은 미드코어나 하드코어RPG,
고포류, 카드류 게임들을 고를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모든 것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그 옛날 아타리 쇼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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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개발사들은 수익이 악화되어 점점 퀄러티가 높고, 나름 철학이 있는 게임들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악화된 수익으로 인해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생존을 위해 다른 히트 게임을 빨리 배껴서 시장에 내놓기에
바쁘다. UsTwoMonument Vally 같은 게임은 꿈도 못꾸는 사치의 끝이라고 여긴다. 결국 실력이 없거나, 실수를 하거나,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개발사들은 시장에서 점점 퇴출 될 것이다. 이건 마치 동네 마트들의 몰락과 비교할 수 있으려나… 여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이마트 이 대형 마트가 동네 곳곳까지 들어와 모든 유통을 장악하는 형국과 같다.

Monument-Valley-9

둘째로, 퍼블사는 충분한 수익 쉐어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게임을 찾기보다
돈되는 게임만을 고르게 된다. 유저는 재미있는 게임보다 돈되는 게임을 리스트에서 훨씬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게이머로써, 돈이 되는 것과 재미있는 것은 분리될 수 있다고 본다. 아레나에서 수십만원 써가며 남들 이길 때보다
2만원 남짓으로 구매한 L4D에서 팀플할 때가 충분히 더 재미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근본 이유는 여러가지로 둘수 있지만,
첫째, 가장 분명한 것은 카카오와 라인, 밴드 같은 플랫폼사의 과격한 등장 때문이다. 사상 유례없는 수수료율을 가지고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도 한몪했다. 그러한 플랫폼사들이 시장의 파이를 키운 것은 분명 인정해 주고 박수쳐 줘야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카카오 입점 심사는 있으나마나 한 상황으로 변했다. 심사만 넣으면 무조건 통과~ 무분별하게 일주일에도 십수개의 게임이 쏟아져 나와 카톡 내에서도 제대로 분류조차 안되는 형국이다. 카카오톡으로 한국 시장을 도배시켜 버리면 카톡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져서 내부적으로도 인정받고, 모양새도 좋게 나올 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인 면에서는 절벽으로 달리는 폭주 기관차 같다. 현재 높은 수수료율과 무심사에 가까운 입점 심사로 인한 과도한 카카오톡 게임수로 인해 게임사의 수익성이 치명적으로 악화되었다. 자연히 창의력과 자본력이 넉넉했던 수많은 중소 개발사들도 하나둘 큰 기업에 기대거나, 자력으로 일어서려 하다가 넘어지고 있다. 자력으로 띄우기가 불가능해 CJ나 NHN 엔터 같은 대형 퍼블사로 게임을 가져가보지만 수익은 더 악화된다.

둘째로, 개발사들의 카카오톡에 대한 맹신이다. 초기 카카오톡 플랫폼이 처음 나온 6개월 정도까지는 얹기만 하면
50만명 정도는 거뜬히 모아주었다. 그러나 기대 유저가 시간이 지나면서 10만으로 줄고, 5만으로 줄고, 더 줄어서
현재는 기본 1만 User acquision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사들은 여전히
카카오톡 플랫폼을 얹고 게임을 출시한다. 이유는 그래도 카카오톡을 얹어서 성공한 증명된 게임들이 즐비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부푼 꿈때문이다. 그 와중에 컴투스&게임빌은 눈에 띈다. 일치감치 카카오톡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 허브 플랫폼을 잘 가꿔서 지금은 국내외 수백만 유효 유저를 확보했고, 낚시의 신서머너즈워를 통해서
그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이러한 플랫폼을 만들지도 않거나 만들다가 카카오톡과 Facebook이
게임 플랫폼으로 나오는 것을 보며 포기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국내 발매 게임은 카카오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고 오늘도 for kakao라는 이름으로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 발매후 1주간 유저 10만을 넘기는
게임이 1주일에 2~3개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개발사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비극이다. 그걸 알면서도 ‘신기루’를 향해 달려가는 그대들은 도데체 무엇을 잡으려고 하는가?

그렇다면 대책은?
내가 이 문제에 대한 Silver Bullet이 있다면 회사 대표를 했겠지… ㅎ 이렇게 일개 개발자 나부랭이로
있겠는가? ㅎ 다만, 대책에 대한 고민을 끄적여보면…

1) 카카오톡측에서 입점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주간 출시 게임수를 업계 생태계를 위해 대폭 낮춰야 한다.
2) 개발 및 퍼블사들은 카카오톡의 맹신을 버리고, 자체적인 마켓팅과 유저 확보 수단을 발굴하고,
3) 개발 시에 글로벌 타겟을 염두해두고, 쉬운 변경이 가능한 개발 노하우와 시스템을 구축하며,
4) 웬만하면 국내보단 글로벌 First로 개발하라.

모바일 게임 업계는 글로벌 및 국내 대박 게임을 다수 보유한 대형 게임사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고,
중형 이상의 히트작이 없는 중소 게임사들은 카톡 오픈 이후 돈을 너무 많이 박아 넣어서 아사 직전 업체들이 즐비하다.

회사의 업무에서 수익을 최대한 낼 수 있는 결정들이 가장 베스트한 결정인가?
자신이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고, 영향력이 큰 결정들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다른 모든 것을 이기는 근거, 매출. 매출은 어떤 의미에서 직장인들의 종교다.
왜 업계에선
“이것이 우리 회사와 고객사 및 고객들에게 옳은 일이다”
라며 의견을 개진했을 때 그것을 지지해주는 동료들이 적으며 그 안을 밀어붙이는 리더들은 더 적을까.
궁극적으로 남과 나에게 옳은 일을 했을 때 공생하게 되고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업무를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믿어야 한다.

개발자가 아닌 게이머로써 간절한 바램은
국내 모바일 게임계에서도 RPG와 카드게임류 일색이 아닌 잉여와 창조의 향기가 코끝을 얼얼하게 만드는 그런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성공하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

– 모니터에 코박고 개발만 하다가, 문득 하늘을 보며 생각한 어느 밤에 –